전민일보 

그려졌거나 쓰인 기록의 회화

이철량 작가 개인전 '衆心'
박천남 비평가 협업 'Another
nature' 시리즈 신작 선봬

이철량 작가의 개인전 ‘衆心(중심, The collective heart)’이 오는 3월 30일까지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2길 43번지에 위치한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에서 진행된다.

1980년대 대한민국 화단에서 수묵화 운동의 구심점을 맡아온 이 작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한 작가는 현재 전북대학교 명예교수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로리치화랑(1982), 관훈미술관(1985), 샘터갤러리(1987), 금호미술관(1990), 전주KBS 모악갤러리(2011), 토포하우스(2011), 갤러리 애플(2015), 루벨백미술관(2017), 토포하우스(2019), 갤러리 아트파크(2021), 아트이슈프로젝트(2022) 등 다수의 개인전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박천남 비평가, 독립큐레이터와 협업해 마련한 것으로 작가가 그동안 선보인 작품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Another nature’ 시리즈의 신작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회의 제목인 중심은 ‘뭇사람의 마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번 신작들을 마주하며 여러 사람의 마음이 완성을 이룬다는 뜻으로, 여러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단결하면 성처럼 굳어짐을 의미하는 ‘중심성성(衆心成城)’ 사자성어를 생각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이 작가는 “또 다른 본성, Another nature는 내가 숨 쉬는 공간이자 우리 모두 생존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곳이다. 또한, 우리 삶의 기반이기도 하다”면서 “우리들은 이 도시에서 행복을 꿈꾸며 나아가 더 큰 이상을 실현하고자 하고 있다. 그리고 “먹빛을 통해 또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야 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일이 되고 말았다”라고 정의했다.

이 작가는 지난 개인전에서 선보인 뭉클한 묵점(墨點)에 이어 단선으로 인간세상을 압축, 표상한 20여 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전환의 시대.

작가는 역사와 현실을 정열적이고 격하게 탐하기보다는 담담하게 그리고, 또 내리긋고, 기록하고 있다.

그려졌거나 쓰인 기록으로서의 회화다.

무념무상의 경지에 닿아있는 듯 수행하듯 내리긋는 작가의 마음을 헤아려 볼 일이다.

현대미술계에서 한국화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상황.

새로운 형상과 독창적인 화풍으로 한국화의 수묵 정신을 담아낸 이번 전시는 현대 한국화의 발전과 새롭게 모색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천남 독립큐레이터 겸 비평가는 “이철량의 화면은 촘촘하게 내리그은 개별자들의 집합적 몸짓이자, 일관된 호흡으로 그려낸 아우성으로 가득하다”며 “붓을 들어 쓰고 그린 결과인 그의 화면은 단선(單線)으로 환원한 인간 형상군(形象群)이자 서체적 일 획으로 응축하여 강조한 세상사, 마치 작금의 혼돈 속에 마음을 걷잡으려는 작가의 의지이자 바람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단호하고 엄격한 호흡으로 조율한 이철량의 화면은 옹성(甕城)과도 같은 단단한 껍질로 무장한 세상권력의 속살과 실상을 끊어내듯 한 땀 한 땀 힘주어 긁어내고 새긴 작가의 신체적 행위의 집적이자 총체적 결과로 이해된다”며 “이철량의 작업에는 사람이 숨 쉬고 있다. 사람의 호흡, 따뜻한 체온이 화면 구석구석 자리하고 있다”고 평했다.

/조석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