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 “수행을 담은 描法”…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전주에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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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6회 작성일 25-04-25 10:51본문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1931~2023)의 예술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전시가 전북 전주에서 막을 올렸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대표 한리안)은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박서보 작가의 판화를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 ‘수행을 담은 描法 / ECRITURE AS MEDITATION - PARK SEO-BO ART PRINTS’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박서보 작가의 대표작 시리즈인 ‘묘법(描法)’을 중심으로 한다. ‘묘법’은 박서보가 1970년대부터 평생을 바쳐 집요하게 탐구해온 단색화 운동의 중심에 자리한다. 수없이 반복되는 선 긋기를 통해 예술을 수행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단색화의 결정체인 것.마치 불자가 염주를 돌리듯, 박서보는 반복적으로 선을 긋는다. 그러나 그 반복은 기계적이지 않다. 손의 압력, 속도, 리듬이 매 순간 달라진다.

전시를 기획한 한리안 대표는 “박서보는 회화적 원본성과 다르게 판화는 수차례 찍을 수 있음에도 에디션마다 색상, 질감, 농담을 달리하며 작품의 숨결을 불어넣었다”며 “오리지널 아트 프린트라는 형식을 통해 단색화의 본질을 더욱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고 소개했다.
박서보 작가는 생전 한 인터뷰에서 단색화의 정체성을 “단색화는 단순히 색을 사용한 미술이 아니라, 목적 없는 행위를 반복하며 존재와 시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붓질 하나하나마다 호흡과 마음가짐이 스며들어 있으며, 색조차 ‘자연에 닿기 위한 최소한의 개입’이라는 태도로 접근했다. 무채색에 가까운 색감, 반복적이고 명상적인 구성은 관람객에게 깊은 고요와 사유를 안긴다.

전시는 회화의 오리지널리티와 복제 사이에 놓인 아트 프린트의 예술적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한국의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한지 섬유를 캐스팅해 실리콘 젤 몰드로 주조한 후, 에어브러시와 핸드페인팅으로 완성된 작품이 한지의 본고장에 던지는 메시지도 분명히 있다. 아날로그 감수성과 현대적 매체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박서보의 작업은 여전히 유효한 미학적 울림을 선사한다.
벽면을 따라 느릿하게 흐르는 선들. 여기엔 격렬한 감정도, 화려한 색채도 없다. 그러나 그 조용한 선의 반복은 어쩐지 관람자의 심박을 낮추고, 마음을 맑게 비운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수행하는 예술가’로 살다 간 박서보의 숨결을 따라, 전주에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아 보는 것은 어떨까.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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