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흔적을 그리다’ 박서보, 수행을 담은 묘법(描法)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38회 작성일 25-04-25 10:56본문
겉으로 보면 단조롭게 무채색에 가까운 평면, 그러나 그 안에는 화려함 이상의 사유가 존재한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는 10일부터 6월 10일까지 박서보 작가의 ‘수행을 담은 묘법(描法)’ 전시를 연다.
‘묘법(描法)’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리는 방법’이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단순히 선을 긋는 행위가 아니라 수행과 치유의 예술로 표현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판화 작품은 묘법 연작,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단계적인 변화를 겪으며 작가의 개인적, 철학적 여정을 반영한 다양한 작품들로 기획됐다.
한국의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한지 섬유를 캐스팅해 실리콘 젤몰드로 주조한 후, 에어브러시와 핸드페인팅으로 완성됐다. 삶과 예술이 하나 되는 과정, 그리고 동양적 세계관과 서양적 현대성을 융합한 예술적 철학의 구현이다.

전시 모습
박서보의 묘법은 단색화 운동의 중심에서 자리한다. 단색화는 1970년대 한국에서 시작된 추상미술의 한 흐름으로 서양의 추상 표현주의와는 다른 동양의 철학적 세계관과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내적 수양과 미감을 탐구했다.
단색화를 이끈 거장 박서보 작가는 한국적 미학을 현대적 추상미술로 승화시킨 예술운동의 선구자다. 1970년대 중반, 안토니 타피에와의 교류를 통해 앵포르멜에서 단색화로 전향하게 된다. 앵포르멜 시절에는 전쟁과 상흔, 존재의 고통을 거칠게 표출했다면 단색화 이후로는 자신을 비우는 예술을 선택한다.
1990년대 이후, 그의 작품은 도쿄화랑, 파리의 페로탕, 뉴욕의 화이트큐브 등에서 주목받으며 국제 미술계에서도 고유한 철학을 가진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구게하임 미술관, 퐁피두센터,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등 세계 유수의 기관들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시 모습
그의 예술은 속도가 아닌 ‘깊이’에 주목한다. 반복은 단순한 물리적 반복이 아닌 정신적 수행의 반복.
이번 전시는 한지의 고장 전주에서 박서보의 ‘한지 철학’이 다시금 되살아난다는 점에서 지역성과 작가정신의 아름다운 조우라 볼 수 있다.
아트이슈프로젝트 전주 관계자는 “한국의 우수한 전통문화의 뿌리이며 박서보 작품의 중요한 매체인 한지의 본고장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처음 열리는 박서보의 개인전”이라며 “단순한 예술가가 아닌 한국미술의 독창적 정체성을 정립한 거장 박서보의 작품을 직접 만나보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박세린기자
박세린 기자 iceblue920@hanmail.net
출처 : 전라일보(http://www.jeollailbo.com)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